넌 나만 바라봐(1)-단장 턴아베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미하시의 가는 몸을, 그토록 소중히 여겨오던 '투수의 몸'을 스스로 망가트리며 느꼈던 쾌감을. 아베는 잠시 그 감각을 떠올리고 입가에 옅은 웃음을 띄웠다.
자신이 아무리 거칠게 다뤄도, 미하시는 반항조차 하지 않았다. 공포로 질린 얼굴을 하고도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그건 미하시에게 한 말인지, 아베 스스로에게 한 말인지.
평소와 다른 아베를 보며 겁에 질린 미하시는 '아베가 나에게 화났다'라고만 생각한 것 같았다. 미하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자신이 화내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소리내지 마..!"
아베의 한 마디에, 미하시는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신음을 삼켰다. 그 모습을 보며 아베는 '정말 편리한 녀석이라니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람이 없는 어두운 체육용구실에서의 그 행위는, 그렇게 끝났다.
엉망진창이 되어 스스로 서지도 못하는 미하시. 아베는 그 어느때보다도 상냥한 얼굴과 목소리로, 그런 미하시의 몸을 깨끗이 닦아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앞으로 며칠 동안은 조심하는 게 좋을거야. 걸을 때 많이 아플 테니,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쉬어두도록 해."
미하시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에게 아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절대적이었다.
자신의 손 안에서 무기력하게 몸을 맡기고 있는 작은 새 같다고 생각하면서, 아베는 이 관계에서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단순히 육체적 쾌감이 아닌 정신적인 그 무엇. 누군가를 온전히 지배한다는 것은 이런 기분이었나.
그래, 어쩌면 이 녀석은, 내가 죽으라고 하면 정말 죽을 지도 몰라.
아베는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숙인 미하시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울고 있던 미하시는 따뜻한 아베의 손길에 놀란듯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아베가 웃으며 미하시에게 했던 말은,
"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미하시는 생각했다.
늘, 그 때의 체육용구실에서 보여준 아베의 웃음을.
그 이후로도 여러 번 미하시는 아베에게 불려가 그 날과 같은 일을 당했다. 그러나 미하시는 아베에게 감히 대들 수 없었다.
대들어?
아니다. 미하시는 오히려, 잠시간의 고통을 참으면 돌아오는 아베의 온화한 목소리를 좋아했다.
'아,아베 군은...이걸 하고 나면...상냥해져.'
아베의 손은 두렵다. 미하시는 아베의 말을 결코 거역할 수 없다.
그러나, 평소에는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고 의자를 걷어차는 아베라고 해도, 체육용구실로 불려가는 날만은 자신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여준다. 상냥한 손길로 대해준다. '많이 아팠어? 잘 참았어.'
아베의 부드러운 그 목소리는 미하시에게 달콤한 마약과도 같았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면, 나에게 웃어주는 아베 군을 볼 수 있어.
아베 군이 나를 소중하게 대해줘.
미하시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몸을 끌어안은 채 웅크렸다.
9반의 교실 안, 평소라면 쉬는 시간마다 모여 잡담을 하거나 도시락을 까먹고 있어야겠지만 오늘의 미하시는 달랐다. "나,조,졸려..서..." 라고 계속 엎드려 자고 있었던 것이다. 하마다와 이즈미는 한 번 미하시를 쳐다보긴 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한 눈치였다. 그러나 미하시는 느낄 수 있었다. 책상에 엎드려있는 자신에게 꽂히는 타지마의 시선을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타지마는 미하시의 자리로 와 자는 모습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살펴보기 시작한다.
미하시의 가슴이 불안으로 두근거렸다.
'오,오늘은 몸이..좋..지 않아. 어제.. 아베 군..다른, 날보다, 무서웠어...'
타지마는 자고 있는 미하시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거나, 반팔 위로 드러난 맨 팔을 쿡쿡 찔러보거나 하고 있다.
"야 타지마, 미하시 방해하지 마-"
이건 이즈미의 목소리. 하지만 미하시는 피곤한 몸에도 불구하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자신을 건드리는 타지마의 손길은 여느 때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이리저리 자신을 살펴보는 듯한 그 행동이 참을 수 없는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었다.
"미하시, 이거 뭐야?"
마침내 미하시의 교복 위를 쓸어오르던 타지마의 손가락이, 엎드려 자느라 드러나 있던 미하시의 목덜미에서 붉은 자국을 발견하고 멈추었다. 미하시는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에 두 눈을 크게 뜨고야 말았다.
몸이 조금씩 떨려온다. 타지마는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
나,타지마에게 거짓말 할 수 없어.
"미하시."
타지마의 손가락이 정확하게, 어제 아베의 입술이 오랫동안 머물었던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미하시."
미하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타지마의 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타지마의 눈빛. 그 눈을 절대로 마주볼 수 없을 것이다. 미하시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과 함께, 어쩐지 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타지마라면 알 거야. 타지마라면 날 보는 순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될 거야. 그건 안 돼. 그건 안 돼.
어쩌지?
어쩌지, 아베 군?
"야, 타지마! 미하시 건드리지 말라니까-!"
"그래, 타지마! 미하시 잔다잖아~! 이리 와~!"
어색한 침묵을 깬 것은 이즈미와 하마다 두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잠시 후, 타지마는 미하시의 목덜미에서 손을 거두었다.
"알았다구~! 에이,참~!"
타지마가 물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왁자지껄해지는 교실 안. 미하시를 귀찮게 했다며 핀잔을 주는 이즈미의 목소리. 그렇게까지 귀찮게 하지 않았다며 타지마가 항의한다.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하마다. 언제나와 같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미하시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단장 턴에서 계속-
나쁜 남자 아베 존내 재밌는데?
아..빨리 타지미하 H씬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