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ing in the Dark』
아란님께 바칩니다.
긴 비행 무사히 마치시길...
이제 막 시작된 좋은 인연을 위하여.
긴 비행 무사히 마치시길...
이제 막 시작된 좋은 인연을 위하여.

이오리의 옷을 슬며시 잡은 쿄의 손은 왠지 응석과 불안이 어려있었다.
이럴 때의 쿄는 나이보다도 더 어려보이곤 했다.
"......잠깐 기다려봐."
그렇게 말한 이오리는 CD장으로 가서 음반을 고르기 시작했다.
꽤나 하드코어한 연주를 하면서, 그의 음악취향은 폭이 넓었다. 데스메탈부터 클래식까지 빼곡하게 들어차있는 그의 콜렉션을 볼 때마다 쿄는 감탄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 이 녀석은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고.
긴 손가락으로 신중하게 CD를 고르던 이오리는 마침내 한 음반을 선택했다.

'Somethin' Else(1958) - Miles Davies & Cannonball Adderley'
"뭐야, 그건?"
"음악에 문외한인 너는 잘 모르겠지만,"
"...너 그 말 두번 째야. ㄱ-+"
(※ http://nike.egloos.com/1934753 참조)
"유명한 앨범이니까. 네가 원하는 곡일지는 모르겠지만...아마, 마음에 들거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나오는 잔잔한 색소폰 소리는 금세 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와 함께, 다소 격앙돼 있던 그의 감정도 조금은 나른한 선율과 함께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자."
이오리는 멍하니 서있는 쿄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쿄가 조금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손을 얹자, 이오리는 능숙하게 왼손을 쿄의 허리에 둘렀다.
"뭐,뭐야;;;;;"
쿄의 다른 한 손이 갈 곳을 잃고 헤매는 꼴이 되었다. 어색한 그 몸짓을 보고 이오리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잡아."
"엉?;;;"
"내 어깨 잡으라구."
쭈삣거리며 어깨에 손을 올리자, 천천히 이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춤이라고 부를 것도 없는 동작이었다. 그저 느리고 완만하게, 몸을 밀착시킨 채 좌우로 몸을 흔드는 정도였다.
그러나 맞댄 가슴에서는 분명하게 심장의 고동소리가 느껴졌다. 쿄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시선을 내리깔고 그 느낌에 집중하고 있었다.
"안 봐?"
"...?"
"내 얼굴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누,누가 네놈 얼굴이 보고싶대! 얼굴 '볼 수 있는' 춤이라고 했지!"
발끈한 쿄가 이오리의 얼굴에 침이 튀기도록 큰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여느때와 다름 없는 쿄에 가까웠고, 아까의 신경질적인 반응보다는 훨씬 솔직해 보였다.
흔들림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오리의 금빛 눈동자에 쿄 역시 도전적인 표정을 짓고 똑바로 마주보았다. 이오리가 아주 좋아하는 쿄의 표정이었다. 그 자신은 결코 모르겠지만.
"야가미, 너."
"왜."
"너 완전 선수구나."
"선수..?"
"너 너무 자연스러운거 아니야? 여자 여럿 후렸겠는데."
"여친 있는 쿄 너에게 들을 소리는 아닐텐데."
"매년 애인이 바뀌는 니가 그런말을 해?"
"옛날 얘기겠지."
그렇게 말하며, 이오리는 갑자기 쿄의 몸을 확 뒤로 젖혔다.
난데없는 과격한 포즈에 당황한 쿄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이오리에게 매달렸다.
"옛날엔 이렇게 후렸을지도."
"야가미 너...!!!"
다시 쿄를 일으키자, 분노로 얼굴이 붉어진 그가 조금 씩씩대는 것이 보였다. 자존심이 강하면서도 단순한 면이 있는 쿄는, 누구보다도 이오리를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면서 이렇게 반대로 자신 역시 쉽게 휘둘리곤 한다.
밝은 환경이라고는 절대 부를 수 없는 가풍에서 어린 나이부터 오랜 기간 당주의 역할을 해 온 이오리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자신과 다르기 때문에 끌리는 것일까.
"................."
잠시간의 침묵.
이미 어두워진 하늘이 방 안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잔잔한 음악만이 흐르고 있다.
쿄는, 자신들이 건장한 남자라는 사실만 빼면 꽤나 낭만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희미하게 풍겨오는 이오리의 머스크향이나, 마주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미열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안 물어봐?"
"뭘?"
"왜 갑자기 춤추자고 했는지."
"너의 행동에 이유는 없겠지."
"너 진짜...--+++++"
쿄의 미간이 찌푸려지자, 이오리는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면 말하고 싶지 않았던가."
"................."
쿄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듯 하더니, 그대로 이오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어깨에 살짝 얹힌 쿄의 이마 위로 결이 고운 검은 머리카락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꿈에서 봤어."
".................."
무엇을 본 거냐고 이오리는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시 요동치는 오로치의 피를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오리 자신이 아닌 쿄였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아닌 힘을 손에 넣는 대가로 생명을 바치는 가문.
어렸을 때부터 담담하게 그 숙명을 받아들이는 이오리와는 달리, 피할 수 없는 증거임을 비명처럼 나타내는 새빨간 선혈을 보게 되는 것을 쿄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야가미. 너, 날 죽이는게 인생의 목표인 거지?"
"그래."
"목표는 이뤄야 하는거지?"
"그래."
"그럼....이룰 때까지................"
쿄의 목소리가 조금 메인 듯이 들렸다. 그러나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무는 바람에 확인할 수는 없었다.
쿄는 이오리의 손을 마주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풀어, 그의 등을 향해 돌린 뒤 꼬옥 끌어안았다.
"...........................이룰 때까지 계속 노력하라구."
어깨에 고개를 묻은 채 눈을 감고 춤추는 쿄를 이오리는 그저 말없이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두 사람의 몸을 따라 음악은 계속 흘렀다.
어느덧 완전히 어두워진 방안에서는,
어렴풋이 두 사람의 실루엣만이 드러날 뿐이었다.
-End-





















덧글
유우롱 2009/08/12 21:01 # 답글
으냥♡ 음악이 참 감미롭네요오오오 ///ㅅ///푸하앙♡생각보다 쿄가 많이 진정(과연..)된 버전이라 뭔가 어른스러워진걸까 싶기도 하고 ///ㅁ//하악
니케 2009/08/17 14:51 #
답글 늦어 죄송해요~~~~~~~~~~ 저 cannonball 앨범 무척 좋아하거든요^^ 재즈도 좋아하고...~~쿄가 까불까불거리고 늘 자신만만하다못해 건방지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이오리 앞에서는 참 다양한 모습 다양한 표정을 보여줄 것 같아욤...^^
비무영 2009/08/12 22:19 # 답글
와 노래가 정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허리에 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붙어서 흔들흔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역시 쿄는 이오리에게 땡깡 부려야 쿄스러운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케 2009/08/17 14:56 #
어서오세요 비무영님~ 답글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 동갑인데도 다른 느낌이에요. 쿄는 만년 고교생같은데 오리는 뭔가 세상풍파 다 겪어보았다는 느낌이 들고............공식설정인가 보면 이오리는 평소에는 냉정하고 과묵하다고 하죠? 쿄하고 싸울때만 확 돌아버린다고 하던데...그런게 넘 좋아요~~~~~평소에도 다혈질에 하고픈말 다하는 쿄와 같이 있으면 퍽 재밌는 그림이 나올듯...^^
ㄹㅇㄹ 2009/08/13 05:10 # 답글
헉 ㅠㅠㅠㅠ 애틋해 ㅠㅠㅠㅠㅠㅠㅠㅠ 어뜨케 ㅠㅠㅠㅠㅠㅠㅠ 쿄가 불쌍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슴이 아려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니케 2009/08/17 14:57 #
으앙 레이야 답글늦어 미안해~~~~~~~~~~~~~~~ 쿄가 불쌍하게 느껴지다니 그대는 천사의 마음을 가졌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고래등같은 기와집에 살며 잘난 얼굴 잘난 몸 잘난 능력에 (공부는 못하지만) 멋진 라이벌과 애인까지 좋은 친구들도 있는 쿄가 불쌍할 건덕지는 없지만........................................................그렇다고 해도 세상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를 잃는다면 그건 불쌍하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엉넘너랗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란 2009/08/14 22:07 # 삭제 답글
이거 분명 가슴아픈 얘긴데 왜 보면서 미소가 또 지어질까요 ㅠㅠ니케님 작품을 항상 몇번이고 몇번이고 반복해서 보지만, 이번것은 정말 최단시간에 많이많이 봤어요.
저 잘 도착했어요. 덕분에요 ㅠㅠ
니케님의 목소리도 많이 힘이되었고, 해주신 말씀도 가슴깊이 새겼습니다.
어제가 부러워서 울기보다는 내일이 기대되서 즐거운 내가 되려구요.
전화를 하게되면, 뭔가 하고싶은말이잔뜩있었는데 경황이없어서 생각나지않았지만 왠지 니케님이 알아주셨을거라 생각이되서 크게 상심하지는 않았어요.
곧 엠에스엔에서 뵐게요!
저는 몇번 더 읽고, 이 음악을 들으면서 열심히 짐정리를 :-)
니케 2009/08/17 14:59 #
아란님 답글 늦어서 죄송해요~~~~~~~~~~~~~~헤헤 그래도 집으로 컴백해서 가장 먼저 아란님 답글보러 슉슉슉~~~~~~~~~~~~~ 몸은 멀더라도 맘은 늘 가깝고!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이 얘기할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이지요 ^^ 저 아란님 마음 다 알아요~~~~~~~~!!!!!! 앞으로도 마니마니 같이 얘기해요!!!!!!!!!! ^0^
1 2009/08/17 16:10 # 삭제 답글
http://blog.naver.com/realkyo_67?Redirect=Log&logNo=110057273193